계좌에 파란불이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좀 더 사서 평단가를 확 낮춰버릴까? 그러면 반등할 때 금방 탈출할 수 있잖아?"
잠깐만요. 그 손가락, 잠시 멈추세요. 당신의 그 '감'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들이 계좌를 망치는 가장 흔한 패턴이 바로 "계산 없는 물타기"입니다. 오늘은 왜 우리가 물타기 전에 반드시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하는지, 팩트로 뼈를 때려드리겠습니다.

추가 매수 전, 내 평단가 변화를 시뮬레이션해 보세요!
비극은 "이 정도면 되겠지?"에서 시작된다
상황을 하나 가정해보겠습니다. 직장인 김대리는 큰맘 먹고 A기업 주식을 10,000원에 100주 샀습니다. (투자금 100만원) 그런데... 비극적이게도 주가가 8,000원으로 -20% 곤두박질칩니다.
김대리는 다급해집니다. "야, 이거 8,000원에 좀 더 사면 평단가 9,000원쯤 되려나? 그럼 10%만 오르면 본전인데?"급하게 비상금 40만원을 털어 50주를 추가 매수합니다.
💥 김대리의 착각 (팩트 체크)
- 김대리의 머릿속 행복회로와 달리, 계산기는 냉정합니다.
- 총 투자금: 140만원 (판이 커졌습니다)
- 총 보유 주식: 150주
- 물타기 후 평단가: 9,333원
- 보이시나요? 평단가는 10,000원에서 9,333원으로 겨우 6.7% 낮아졌을 뿐입니다. 주가는 이미 20%나 빠졌는데 말이죠. 김대리는 소중한 현금 40만원을 추가로 태웠지만, 본전 탈출을 위해서는 여전히 주가가 16% 이상 급등해야 합니다. 이건 '구조대'가 아니라 '순장조' 투입에 가깝습니다.
당신의 뇌가 당신을 속이고 있다 (평단가의 함정)
1. 잃은 돈은 그대로다
이게 가장 무서운 점입니다. 물타기를 해서 평단가가 9,333원으로 낮아졌다고 해서,당신의 손실금액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물타기 전에도 -20만원 손실이었고, 물타기 직후에도 여전히 -20만원 손실입니다. 달라진 건 단 하나, 당신이 위험한 주식에 돈을 더 많이 걸었다는 사실뿐입니다. '물타기'는 손실을 확정 짓기 싫은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진통제일 뿐, 치료제가 아닙니다.
2. 기회비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실
김대리가 추가로 넣은 40만원, 그 돈이 현금으로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지금 시장에서 날아가고 있는 주도주를 살 수도 있었고, 맛있는 소고기를 사 먹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미 죽어가는 나무에 거름을 더 준다고 살아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옆에서 쑥쑥 자라는 나무를 살 기회를 놓치는 꼴입니다.
당신의 뇌가 당신을 속이고 있다 (평단가의 함정)
1. 손실 회피 편향 (Loss Aversion)
인간은 100만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0만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을 2.5배 더 크게 느낍니다. 이 심리 때문에 우리는 손실을 '확정' 짓는 매도(손절)를 극도로 꺼리게 됩니다.
대신 '물타기'라는 진통제를 찾습니다. 평단가를 낮추면 심리적으로 손실이 줄어든 것 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주식 시장은 당신의 심리 따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2. -50%는 +50%가 아니다 (복구의 수학)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무서운 수학적 진실이 있습니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쉽게 떨어지지만, 원금으로 돌아오려면 훨씬 더 많이 올라야 합니다.
- 📉 -10% 손실 시 → 📈 +11% 올라야 본전
- 📉 -30% 손실 시 → 📈 +43% 올라야 본전
- 📉 -50% 손실 시 → 📈 +100% (2배) 올라야 본전
- 📉 -90% 손실 시 → 📈 +900% (10배) 올라야 본전
물타기로 평단가를 조금 낮춘다고 해서, 이 가혹한 비율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았다가 -50%가 되면, 당신은 '텐배거'급의 기적을 바라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물타기는 언제 해야 할까? (성공 조건 3가지)
물타기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고수들도 '분할 매수'라는 이름으로 물타기를 합니다. 단, 그들은 우리와 다른 3가지를 지킵니다.
1. 펀더멘털은 그대로인데 주가만 빠졌을 때
회사의 이익은 늘어나는데, 시장 폭락장(코로나 팬데믹 등) 때문에 같이 휩쓸려 내려갔다면? 이때는 물타기가 아니라 '바겐세일 쇼핑'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훼손된 경우(시장 점유율 하락, 분식회계)라면 절대 물을 타선 안 됩니다.
2. 하락이 멈추고 횡보할 때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주가가 5일선, 20일선 아래에서 자유낙하 중일 때는 쳐다도 보지 마세요. 하락이 멈추고 바닥을 다지는 신호(거래량 증가, 지지선 확인)가 보일 때가 물을 타야 할 타이밍입니다.
3. '비중 제한'을 지킬 때
"내 전 재산이 이 종목에 들어갔어..." 이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입니다. 고수들은 아무리 확신이 있어도 한 종목에 포트폴리오의 10~20% 이상을 태우지 않습니다. 물이 너무 많아지면 배가 가라앉습니다.
물타기 전 체크리스트
체크리스트
- 펀더멘털 확인: "회사는 돈을 잘 벌고 있는가? 악재는 일시적인가?"
- 지갑 사정 확인: "이 돈은 없어도 되는 여유 자금인가? 신용/미수 대출은 아닌가?"
- 차트 확인: "지금이 하락 추세인가, 지지 구간인가?"
- 계산기 확인: "추가 매수 시 평단가가 내 목표가 밑으로 내려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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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단가가 얼마나 낮아질지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당신의 투자 인생이 바뀝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전문적인 재무, 세무, 법률 상담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적용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중요한 의사결정 전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